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을 보러 대구미술관에 갔다가 대구미술의 사색전을 보게 되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작품을 전시하였는데 벌써 1부의 전시는 끝나버렸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영동씨는 대구미술의 특징은 자연주의이든 추상주의이든 대상의 피상적인 묘사에 만족하지 않고
깊이를 천착하려는 ‘사색적인 미술’이라고 부르며, 그런 성격을 바탕으로 ‘전통’과‘개방성’그리고‘진정성’과‘리얼리티의 추구’라는
개념으로 요약해 이를 오늘의 대구미술 속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고 전한다.
대구의 중견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수있으며, 대구미술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엿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으로 보인다.
그럼 지금부터 대구미술의 사색에 빠져볼까 한다.
꽃과 사람 2013, 나무에 채색, 200 x 200 x 300 cm
김성수(1958~ ) 작가의 나무 조각들은 꼭두각시 인형에서 기원한다.
어린 시절 병을 앓고 시름겨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보았던 나무인형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은 것이다.
상여에 매달린 인형들의 슬프고 아름답던 모습은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고 또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 주제가 되었다.
새를 타고 나는 사람, 나무에 채색_20×10×4.5m(16점)
작가는 목각인형들의 간소하고 투박스런 조각기법을 통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수립했으며 나아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전통예술에 깃든 민중적 정서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작가는 알록달록한 채색과 갖가지 표정의 인물들을 통해 현실의 다양한 인간형과 저마다의 삶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보여준다.
현대 조각의 기법들을 응용하여 그들을 매달거나 움직임을 부여하는 식으로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창조하는데,
그들의 꿈과 환상을 불러내 대상들과 함께 유희를 즐기고 있다.
문상직(1947~ ) 작가는 자연주의 계열의 화풍으로 목가적 서정의 명징한 심상풍경을 펼쳐 보인다.
특히 양떼가 무리지어 노니는 그윽한 풍경을 유화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로 추구하여 평화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상적인 구성을 위해 대상의 다양한 변주를 시작한 이래 풍경은 이제 상상 속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이태수 시인은 그의 「심상적인 구상회화」를 정관하노라면 나직하게 가슴에 젖어드는 풍경이
발바닥까지 하늘로 뜨게 하는 어떤 「자장」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결 고운 서정으로 천착된 그 세계는 기하학적인 구도의 예각적인 요소들 대신 완만한 곡선과 유연하고 포근한 색채들로
채워져 순진무구하고 명징한 세계를 향해 다가간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소박하지만 일관된 추구에서 「서늘한 정신주의」마저 엿본다고 한다.
양들을 작품의 소재로 한것이 특이하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목가적인 분위기에 무리지어 이동하는 양들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매번 빠트리는 사항이다.
누구의 작품인지 기록을 하지않는다는 것...또 한번 느끼는 한심한 순간이다.
쿠사마 야요이전 처럼 분잡함이 없다보니 작품을 감상하는 몰입도는 더 좋았던 순간이다.
은은한 조명 빛 아래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배고팠던건 아닐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과도 조화로움을 이룬다.
전시기간 중에는 전시기획자와 참여작가들이 관람객들과 만나 전시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대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해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이번 전시엔 다양한 장르의 작가 12명의 작품 60여 점이 자연과 인간, 표현, 구축 등 4개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탐구하는 풍경작품 혹은 심상적인 내용의 작품이,
두 번째 섹션에서는 인간을 주제로 탐구하는 구상적인 내용의 회화와 조각 설치작품이,
세 번째 섹션에서는 주관적인 표현성이 강한 구상작품 혹은 추상표현주의적인 작품이,
네 번째 섹션은 구성적이거나 구축적인 작업으로 객관적인 시각성이나 물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각각 선보인다.
지물 2012, 한지·잉크, 240 x 160 cm
송광익(1950~ ) 작가는 ‘한지’ 재료를 만남으로써 그전의 표현주의적인 이미지 회화로부터 지금의 구축적인 오브제 작업으로 큰 전환을 이루었다.
작가는 화면 위에 가로나 세로로 나란한 긴 골을 만들고 거기에 일정한 높이로 얇게 썬 종이를 붙여나가 작은 격실로 가득 채운다.
전체를 균질한 형태로 연속시켜 수직, 수평으로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고 장치 방법에 따른 다양성과 가변성이 커 보인다.
뿐만 아니라 종이를 염료로 물들이거나 채색할 수 있어 감각적인 다채로움을 더할 수도 있다.
紙物, 한지, 테이프, 풀_225×240cm
많은 시간과 섬세한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이지만 작가는 제작에 몰입할 때 재료의 물성과 호흡하며 일체감을 맛본다고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가 집적되어 구축된 형태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자극을 넘어 정서의 동요를 일으킨다.
작품 앞에 선 모녀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다.
자라날수록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만 가는것 같아 아쉬움이 드는데 이런 모습들은 언제보아도 좋다.
박휘봉(1941~ ) 작가의 조각 작업은 그동안 현대의 실존적 상황에 갇힌 인간상을 주제로
주로 ‘모순과 부조리에 지쳐 황폐화 되어가는 도시의 인간상’을 표현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근래에는 마모되고 풍화된 자연석의 형상에 인간의 표정을 투사시켜 형상화한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불에 탄 작품을 본다 2013, 철판·철근, 300×94×70 cm
그가 인물 연구에서 특별히 ‘도시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들이 겪는 실존적 상황에 더욱 공감하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표현하는데 애착을 보이고 있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강한 인간애를 느끼며 어떤 양식이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거친 재료에서 나오는 자유로운 표현을 얻고 싶어 한다.
지난해 작업실이 불타버린 아픔을 느낀 박휘봉 작가는 그 불이 새 작업실을 만들고 새 마음으로 작업을 하라고 난것 같다고 하며,
불이 난 것이 불행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음을 바꾸니까 이마저도 좋게 생각되었다고 한다.
불에 탄 작품 2013, 철
불에 타버린 작품들이지만 작가의 본 마음을 외면하지는 않았나 보다.
미국의 국기 속에 같은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노중기(1953~ ) 작가는 대구의 실험적인 현대미술운동 세대로서 순수추상 작품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1990년대 즈음에는 현저하게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경향으로 전환했는데,
당시의 문화적 상황이나 사회현실을 작품의 내용에 반영시켜 미술이 이들과 분리될 수 없음을 표명하기도 했다.
시사적인 사진을 화면에 콜라주하는 등의 기법으로 추상과 형상을 동시에 추구했다.
최근에는 자유분방하고 유희적인 드로잉으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형상을 중시한다.
추상표현주의적인 색채 화면에 꿈과 무의식 등 욕망과 관련한 이미지들을 함께 드러내는 작품양식은 신표현주의적인 이미지 회화에 가깝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추이를 탐색하면서도 작가의 태도는 강렬한 표현성과 실험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개관 2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대구미술관의 대구미술의 사색전은 대구미술을 많은이에게 알리는 좋은 전시회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관람료는 없지만 대구미술의 사색전을 관람하려면 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의 관람권 구매가 필수이다.
10월 13일 까지 개최한다고 하니 꼭 놓치지 말고 관람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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