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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사진관

[대구/동구/가볼만한곳]고택에서 즐기는 한 밤의 풍류음악회-둔산동 옻골마을

 

 

지난 주말 대구 동구 둔산동에 있는 옻골마을 백불고택에서 풍류음악회가 개최되었다.

고택에서의 열리는 음악회는 예전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다.

 

더위가 많이 누그러진 날이라서 그런지 옻골마을 입구에는

음악회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언제 보아도 그 크기에 압도되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마을의 수호신 인양

하늘 향해 우뚝 솟은 회화나무 두 그루가 오늘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은 한옥의 모습은 따사로움을 간직한 고향의 품처럼 아늑하게 다가온다.

 

 

 

 

풍류음악회가 개최되는 시간은 오후 7시부터이다.

남은 시간에는 한옥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전통의 향기에 흠뻑 취하여도 좋을듯 하다.

 

 

 

 

고택의 담장에는 눈보다도 더 하얀 박꽃이 함박웃음 짓는다.

 

 

 

 

천천히 걸으며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난다.

이건 박인지 호박인지 정체가 궁금했던 녀석이다.

 

 

 

 

내 집인양 기웃거리며 이집 저 집 돌아보아도 누가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요즘 인심이면 큰일 날 행동이지만 이곳 옻골마을에서만큼은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옛 모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전통가옥의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요즘처럼 직선의 단조로운 가옥이 아닌 삐뚤 삐뚤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아파트한 채를 준다고 해도 안 바꿀 정도로 매력적인 한옥이다.

 

 

 

 

정원 한편에는 먹음직스러운 석류가 가을 햇살에 알차게 영글어 간다.

붉은 알갱이만 생각해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마당에는 자연석을 이용하여 디딤돌을 만들어 놓았다.

개울 물을 건너가는 듯한 느낌으로 디딤돌을 밟고 지나가는 재미도 색다르다.

 

 

 

 

옻골마을 풍류음악회는 백불고택에서 열린다.

백불고택은 대구지역 조선시대 주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그 역사만도 400여 년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옻골마을은 경주최 씨 집성촌으로 지금도 20여 호의 고가들이 옻골마을의 전통을 유지, 보존해오고 있다.

 

백불고택 한쪽에선 행사를 준비하신 분들께서 수고스러움도 마다하고

건강에도 좋은 연꽃 차와 맛있는 떡을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고택에서의 음악회만 생각하였는데 입안이 즐겁기까지 하니 포만감과 만족감은 최고다.

 

 

 

 

잠시 후 음악회를 위한 출연자들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아직 시작 전이건 만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진다.

기다리기가 무료하여 옻골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음악회와 함께 동계정에서는 민화전시회와 다도체험 행사도 볼 수 있다.

옻골마을의 큰 행사라서 그런지 연세 지긋하신 마을 어르신들도 자주 보인다.

고즈넉했던 옻골마을의 소란스러움이 싫을 만도 한데 전통을 지켜오고 알리는 것에서 사명감마저 느껴진다.

 

 

 

 

과거에도 화려한 색감으로 빛났을 민화가 현대를 거쳐오면서 화려하고 은은한 채색으로 제세상을 만난 듯하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관람객의 시선을 유혹한다.

 

 

 

 

다도체험을 하시는 분일까?

다도체험 행사를 진행하시는 분일까?

아님 민화와 관련된 분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과거로 돌아간 듯 한복의 자태가 너무 곱고 아름답다.

 

 

 

징검다리를 지나 작은 솟을대문에도 화려한 꽃문양을 수놓은 커튼이 걸려있다.

멀리서만 보았는데 가까이 가서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담과 담 사이로 작은 문을 만들어 놓았다.

밖은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멋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무 기둥뿐이지만

모나지 않고 주변 사물과의 조화로움이 으뜸이다.

자연에서의 부산물로만 집과 집주변을 꾸몄는데도

이렇게 멋진 집을 지은 선조들의 미적감각이 부럽기만 하다.

 

 

 

 

영모도란 작품인데 영모도는 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용의 얼굴에 거북의 모습을 한 형상을 재미나게 표현해놓았다.

민화는 우리 민족의 해학적인 모습도 담고 있어 민화에 조예가 없더라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고택의 모습은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언제나 주변의 풍경에 녹아난 듯 우아하고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여긴 보본당이다.

보본당은 반계수록 최초의 교정 장소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반계수록은 조선 중기의 학자 류형원 선생이 통치 제도에 관한 개혁안을 중심으로 저술한 책이라고 한다.

 

마당 앞에는 백불고택과 관련이 있으신 분인지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고택과도 아주 잘 어울리시는 분이다.

 

 

 

 

백불고택의 안채이다.

옛날에는 남녀의 구분이 명확하던 시절이라 이렇게 안채는 외부의 출입을 금기시 한 듯

출입문을 빼고는 높은 담장으로 보호되어 있다.

 

여러 번 방문한 곳이지만 안채를 들여다보기에는 눈치가 보였는데

음악회 덕분에 염치불구하고 살짝 눈 구경만 하고 나왔다.

 

 

 

 

창 을 신명나게 부르는 젊은 청년의 리허설을 마지막으로

2015 백불고택의 풍류음악회가 시작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회자가 풍류음악회의 시작을 알리고

첫 번째 출연자의 소개를 한다.

 

 

 

 

첫 번째는 생소함이 가득 느껴지는 우리의 전통 가락으로

다소 이해하기에는 난해하였지만 고택의 분위기와도 썩 잘 어울린다.

 

 

 

 

밤은 깊어가고 관람객들의 마음도 음악을 즐기듯이 조금씩 들뜬 모습이 느껴진다.

오늘 처음 모인 사람들이지만 이웃사촌처럼 마루에서나 마당에서나 그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두 번째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름다운 두 여인이 입춤이라는 한국무용을 선보인다.

공연장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조명은 현장 분위기를 한층 더 들뜨게 하고

살포시 내밟는 발걸음과 손짓에서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나선 출연자는 창을 신명 나게 불러주었던 젊은 청년이다.

특이한 건 고수가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젊은 국악인답게 피아노 반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는데 창과 피아노의 어울림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관객과의 교감도 좋았었고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도 좋았었고

여러 지방의 아리랑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부분도 너무 좋았다.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추임새도 가르쳐 주었는데 다들 처음이라서 실수가 많았지만

서로가 웃으면서 소통할 수 있었던 흥겨운 한마당이었다.

 

 

 

 

네 번째는 오카리나 연주자가 등장하였는데

오카리나와 다양한 소품으로 연주한 칠갑산은 힐링 음악을 연상하는 듯 아주 멋진 소리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로 연주한 곡은 영화 왕의 남자 OST로도 유명한 인연이란 곡이었는데

오카리나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 배경음악만 준비되었다면 서로 다른 오카리나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는데

배경음악 준비가 잘못되어 순수하게 오카리나로만 들을 수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마지막은 통기타와 아코디언으로 들러주는 포크송으로 장식하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득 느끼게 해주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와

내가 만일이란 노래 두 곡을 불러주셨는데 음악 자체가 깨끗함 그 자체라서

선선한 초가을 밤에 듣기에도 아주 좋았다.

 

마지막이 아쉬워 앙코르곡으로 불러주셨던 일어나!

힘들고 지친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순간이기도 하였다.

 

 

 

 

공연의 마지막이 아쉬웠던지 동산 위로 보름달이 환하게 떠오른다.

들뜬 열기도 식힐 겸 천천히 옻골마을을 걸어오며 휘영청 밝은 보름달 구경 잘하고 간다.

 

도심 근처에 이만한 고택도 그렇게 흔한 풍경은 아닌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구경을 다녀오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