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하회 마을이 있다면 함양에는 개평마을이 있다.
바로 지곡면 도숭산 자락에 자리한 개평마을이다.
세월을 비켜간듯한 이곳은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기와집들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중 개평마을을 대표하는 집은 누가 뭐래도 정여창 고택이다.
집 오른편에 자리한 일두홍보관으로 드나드는 곳은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이라서 눈에 띈다.
정여창(1450~1504)은 조선조를 대표하는 성리학의 거물이다.
정여창고택은 국가지정민속자료 제186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대하드라마 <토지>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이 집은 정여창 선생 타계 1세기 후, 생가 터에 다시 지은 것이다.
마당 한켠에는 요즘에는 보기 힘든 우물이 존재한다.
두레박을 내러 길어올린 물한모금이라면 어떤 음료수도 부럽지 않을것 같다.
정여창 선생의 후손들은 대대로 과객의 접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흥선대원군과 추사 김정희도 한동안 머물렀다고 전한다.
안채, 사랑채, 대문채로 구성된 이 집은 곡간만도 10칸이나 된다.
안주인의 매운 손맛이 느껴지는듯 곳간은 굳게 자물쇠로 잠겨있다.
개평마을이 여느 옛 마을과 다른 점은 이들 고택들을 둘러보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은 대문을 걸어놓게 마련인데, 개평마을에서는 그런 곳이 많지 않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문을 활짝 열어둔다. 누구라도 와서 구경하고 가라는 배려다.
마당 한편을 서성이고 있으면 “누구신데 그러느냐?”고 한소리 할 법도 하건만, 으레 구경 온 사람이거니 하며 주인행세를 하지 않는다.
외려 “마음껏 둘러보다 가시라”며 한쪽으로 피해주는가 하면,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며 권하는 개평마을 사람들이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토석혼축담의 골목길이, 마치 민속촌에라도 찾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담벼락과 기와 지붕들 위로 푸른 하늘의 구름들이 살포시 내려앉으니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듯하다.
솟을대문 사이로 보이는 전봇대만 아니라면 더욱 운치있는 옛멋을 즐길수 있지 않았을까.
돌담길을 따라 고택을 둘러보다보면 일두 선생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평소 정여창 선생이 산책을 즐기던 코스를 재현한 것이다.
이 산책로는 참 운치가 넘치는 길이다. 언덕바지의 소나무군락을 지나 대숲을 스치고, 논두렁도 걷는다.
언덕길에서 내러다 보이는 마을에선 종탑도 보인다.
어떤 역활을 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생소한 모습이다.
소나무군락은 풍수지리사상에 의거해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심은 것이다. 수령 300~400년생으로 10~15m 높이의 적송들이다.
마을의 정경을 바라다 볼수 있는 언덕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수였던 사초 노근영 선생의 사적비가 세워져 있다.
사초 선생은 일제시대 최고의 국수였으며, 그의 바둑맥은 조훈현, 이창호 등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사초 선생 사적비를 지나면 소나무 군락지가 있는 전망대에서 개평마을을 한눈에 살펴볼수가 있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러올것 같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에서 메아리쳐 올것만 같은,
밥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그곳은 마음속의 고향모습이 아닐까 싶다.
하늘 참 맑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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